제목 [코리안스피릿] “험난해도 괜찮아!” 산티아고 순례길 첫걸음 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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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ikoreanspirit.com/news/articleView.html?idxno=77510 조회 : 498 보도일 : 2024.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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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산티아고 순례길 첫 알베르게까지

[편집자 주] 자신이 살아갈 미래를 꿈꾸고 인생을 설계하는 청소년 시기, 낯선 세계와의 조우는 그 설계도에 놀라운 변수가 되기도 한다. 세상을 배움터 삼아 도전하며 차곡차곡 경험과 능력을 쌓아가며 갭이어 과정을 밟는 17살 조이현 양이 산티아고 순례길 체험담을 전한다.

지난 1월 산티아고 순례길을 위해 도착한 첫 여정 마드리드 거리. (왼쪽) 마드리드에 도착한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학생들. 사진 본인 제공.

인천공항을 출발해 마침내 스페인 마드리드 공항에 도착했다. 무려 20시간 넘는 비행의 종착역이다. 비행기에서 마음속 깊이 설렘이 피어오르기도 했지만, 동시에 엄청난 긴장감이 밀려왔다.

‘내가 이 여정의 리더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닿는 순간부터, 진짜 시험이 시작된 것이다. 낯선 나라에서 8명 친구를 이끌고 입국 절차를 진행하고, 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해 숙소까지 찾아가야 했다. 부담감이 어깨를 짓누르는 듯했다.

공항에서는 우선 터미널 4로 나가 시내행 버스를 타기로 계획했었다. 표지판을 따라가봤는데 막상 터미널 4에 도착해보니 그곳이 아니었다. 당황스러웠지만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결국 맞는 버스를 찾아냈다.

시내로 가는 동안 유럽의 낯선 풍경이 점차 눈에 들어왔다. 오래된 석조 건축물들이 도심 곳곳에 자리 잡아 마치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살아 숨 쉬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스페인의 수도답게 깨끗하게 정돈된 도로와 그 위를 달리는 유럽식 차들, 자전거를 타고 여유롭게 거리를 누비는 사람들의 모습이 한 편의 그림처럼 다가왔다.

유럽의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살아 숨쉬는 듯한 마드리드 거리. 사진 본인 제공.

그리고 무엇보다 하늘은 끝도 없이 넓고 푸르렀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가 도시 전체를 따스하게 감싸고 있었고, 그 아래로 펼쳐진 도시의 풍경은 현실감이 없는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한국과는 아예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다.

친구들은 처음 보는 이국적인 풍경, 완벽한 날씨에 잔뜩 들떴지만, 내 마음은 또다시 걱정으로 뒤엉켰다. 내가 이끄는 첫 해외 여정, 그리고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체크인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는 후기를 읽은 터라 걱정이 가득했다. 여행 경비를 아끼기 위해 좋은 호텔 대신 선택한 저렴한 숙소. 그곳이 우리를 어떻게 맞아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드리드 시내에 도착하자 우선 숙소부터 찾아갔다. 체크인 과정은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주인을 직접 만나지 않고, 예약 사이트에서 보내준 비밀번호를 입력해 키를 찾아 문을 열어야 했다. 게다가 처음엔 숙소 건물 자체를 헷갈려서 시간을 허비했다.

어쩔 줄 몰라 헤매던 순간이 지나 드디어 숙소에 들어서는 순간 공항에서부터 쌓인 긴장이 한꺼번에 풀려버렸다. 울컥한 감정이 솟구쳐 눈물이 나왔다. '시작부터 이게 뭐야?' 스스로 다그치면서도 안도감에 눈물이 계속 나왔다. 창피하게 친구들 앞에서 펑펑 울어버렸다. 그 와중에 한시 빨리 준비를 해야 했다. 하루밖에 머물지 못할 귀중한 마드리드를 조금이라도 더 둘러봐야 했기 때문이다. 정신을 차리려고 일부러 찬물 샤워를 했다.

마드리드 마료르 광장에 선 조이현 학생(벤자민인성영재학교). 사진 본인 제공.

다음날 아침, 마드리드에서 캐리어를 바르셀로나로 부쳐야 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땐 최소한의 짐만 챙겨야 하는데 캐리어를 끌고 순례길을 걷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마드리드의 우체국에 가서 무려 11개의 캐리어를 부치는 미션에 돌입했다. 한국에서도 해보지 않은 큰 일이었다. 낯선 나라에서 그 많은 짐을 부치는 일에는 예상을 뛰어넘는 어려움이 따랐다.

우체국 직원들이 영어를 하지 못해 소통 문제도 있었다. 그때 영어를 할 줄 아는 현지인이 나타나 도와주었고, 무사히 캐리어를 부칠 수 있었다. 한시름 덜었지만, 긴장은 여전했다. 아직 산티아고 순례길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문제들이 속속들이 터지고 있었다.

이제 남은 건 순례길 출발지인 사리아로 가는 것뿐이었다. 우리는 차마르틴 역에서 유럽의 열차 ‘렌페’를 타기로 되어 있었다. 모든 준비가 완벽하다고 생각했지만, 또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우리가 예약한 티켓이 인식되지 않는 바람에 열차 출발 10분 전에 다시 티켓을 발급받아야 했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학생 9명은 유럽의 열차 '렌페'에 몸을 실었다. 사진 본인 제공.

기차 출발 시간이 점점 다가오는 긴박한 순간, 역무원이 우리를 도와주어 극적으로 티켓을 받을 수 있었다. 티켓 문제가 발생한 건 내가 그동안 티켓을 알아보는 일, 예약하고 관리하는 등 너무 많은 일을 독차지했기 때문이었다.

여러 명이 함께 준비했다면 한 명쯤은 티켓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기차에 타고 나서 그동안 너무 혼자서 전전긍긍했던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좀 더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했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아직 순례길의 첫걸음도 떼지 않았으니, 다시 힘을 내보기로 마음먹었다.


렌페를 타고 스페인의 수도인 마드리드를 벗어나 산티아고 순례길이 있는 북서부 지방으로 들어갈수록 창밖 풍경이 점점 변해갔다. 멀리 보이는 산맥은 하늘과 맞닿아 있는 듯했고, 넓은 평원에는 가축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내가 책에서 보았던 순례길의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니 가슴이 설렜다. 처음 먹을 것을 찾아 들어간 곳은 식당이라기보다 주점 같은 곳이었는데, 다행히 친절한 주인이 그 마을의 맛있는 식당을 소개해 주어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스페인의 맛과 향기가 지친 우리를 위로해 주었다.

사리아에 도착 후 첫 유럽 여행의 긴장과 피로를 잊고 몸과 마음의 위로가 된 음식. 사진 본인 제공.

그날 밤, 첫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알베르게는 순례길 중간 중간 위치한 저렴한 숙소로, 하루에 1~2만 원이면 머물 수 있는 곳이다. 우리는 순례자 여권을 발급 받았고, 같은 숙소에 머무는 다른 순례자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철저히 순례자들만을 위한 영역에서 기분 좋은 소속감이 느껴졌다.

이 길이 나를 어떤 미지의 세계로 데려가 줄까?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제 직접 걸으며 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출처 : K스피릿(http://www.ikoreanspiri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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