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무엇보다 하늘은 끝도 없이 넓고 푸르렀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가 도시 전체를 따스하게 감싸고 있었고, 그 아래로 펼쳐진 도시의 풍경은 현실감이 없는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한국과는 아예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다.
친구들은 처음 보는 이국적인 풍경, 완벽한 날씨에 잔뜩 들떴지만, 내 마음은 또다시 걱정으로 뒤엉켰다. 내가 이끄는 첫 해외 여정, 그리고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체크인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는 후기를 읽은 터라 걱정이 가득했다. 여행 경비를 아끼기 위해 좋은 호텔 대신 선택한 저렴한 숙소. 그곳이 우리를 어떻게 맞아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드리드 시내에 도착하자 우선 숙소부터 찾아갔다. 체크인 과정은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주인을 직접 만나지 않고, 예약 사이트에서 보내준 비밀번호를 입력해 키를 찾아 문을 열어야 했다. 게다가 처음엔 숙소 건물 자체를 헷갈려서 시간을 허비했다.
어쩔 줄 몰라 헤매던 순간이 지나 드디어 숙소에 들어서는 순간 공항에서부터 쌓인 긴장이 한꺼번에 풀려버렸다. 울컥한 감정이 솟구쳐 눈물이 나왔다. '시작부터 이게 뭐야?' 스스로 다그치면서도 안도감에 눈물이 계속 나왔다. 창피하게 친구들 앞에서 펑펑 울어버렸다. 그 와중에 한시 빨리 준비를 해야 했다. 하루밖에 머물지 못할 귀중한 마드리드를 조금이라도 더 둘러봐야 했기 때문이다. 정신을 차리려고 일부러 찬물 샤워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