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은 중세부터 순례자들의 발자취가 깃든 역사 깊은 곳이다. 가장 유명한 길은 프랑스 남부의 생장 피드 포르에서 시작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에 이르는 800Km 구간. 과거에는 주로 종교적 이유로 많은 이들이 찾았지만, 오늘날은 장엄한 대자연 속에서 자기 자신을 찾고 평화를 체험하기 위해 전 세계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 되었다.
나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라는 갭이어형 대안학교에 다닌다. 우리 학교는 학생들이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만들어 수행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이루어진다. 내가 스스로 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과정이 곧 수업이 된다.
어느 날, 선생님께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소개해 주셨다. 곧바로 인터넷에서 순례길에 대해 찾아보았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까?친?연(까미노 친구들 연합)’ 네이버 카페에서 순례자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접했다. 까미노는 스페인어로 ‘길’이라고 한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의 미소와 순례길의 광활한 자연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다음으로 도서관에 가서 산티아고 관련 책을 찾았다. 아나운서 출신 손미나 작가의 ‘괜찮아, 그 길 끝에 행복이 기다릴 거야’를 단숨에 읽어내렸다. 작가가 자연 속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오롯이 즐기는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그 길을 걷겠다고 결심했다.
처음에는 전 구간인 800Km를 한 달 반 동안 다 걸으며 산티아고 순례길의 진면목을 경험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그렇게 긴 시간을 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고,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더군다나 함께 가기로 한 학교 친구들은 긴 여정에 부담을 느꼈고,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같은 스페인의 주요 도시들도 함께 경험하기를 원했다. 결국, 나는 타협안을 마련했다.
마드리드에서 하루를 보내고, 4박 5일 동안 산티아고 순례길의 일부 구간을 걷는 것이다. 그 후 바르셀로나에서 5일을 보내는 일정으로 프로젝트 계획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