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갭이어형 벤자민인성영재학교, 2025학년도 새로운 출발 [1편]
뇌과학자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는 비창조적으로 셋팅된 우리 아이들의 뇌를 바꾸기 위해 “고등학교 졸업한 모든 애들에게 1년 동안 세계여행을 시켜주면 시야가 넓어지면서 뇌가 창조적으로 리셋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인터뷰를 한 바 있다. 더 이른 고교 과정에서 이런 경험한다면 어떨까?
‘미래학교’, ‘한국의 미네르바스쿨’, 국내 첫 갭이어형 대안고교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 설립 12년 차를 맞은 벤자민학교는 2025학년도 학기의 시작을 제주 보름 살기 캠프(14박 15일)로 개편했다.
또한, 해외에 머물며 글로벌리더십을 키우는 과정으로 10월 일본에서 2박 3일, 11월 뉴질랜드에서 보름 살기(14박15일) 캠프가 진행된다. 그뿐만 아니다. 울릉도·독도 역사탐방, 한계 도전 레포츠캠프, 자연과의 조화-지리산 탐방캠프, 전통문화 공연캠프 등 다양한 주제로 캠프가 매월 열리고, 특별히 7월에는 국토대장정(12박 13일)도 진행된다.
‘Dream Year(꿈을 찾는 1년)’이라는 1년의 프로젝트형 대안고등학교인 벤자민학교를 찾아 2025학년도 특별 개편에 참여한 벤자민학교 출신 오소민 팀장과 졸업생 김채영 그리고 김나옥 교장을 지난 9일 만났다.
2014년 개교 이후 숙제와 시험, 건물과 교과수업, 교과목 선생님이 없는 5無학교로 창의적인 인성 영재를 배출해왔습니다. 이번에 개편하게 된 이유는?
김나옥 교장 공교육에서는 7~8년마다 교육 개편을 합니다. 우리 학교도 지난해 개교 10년을 맞아 그랜드 페스티벌을 했는데 선생님들이 실제 현장에서 아이들을 1대1로 상담하고 성장시키며 노하우가 쌓였고, 무엇보다 지금 아이들의 성향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10년 전에 비해 야성이 떨어졌다고 할까요? 가장 큰 특징은 역경지수가 매우 낮아졌다는 겁니다. 얌전하게 시키는 대로 하는 걸 잘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죠. 스스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취하는 힘이 많이 약해졌어요.
김채영 저도 지난해 7월 국토대장정 단장으로서 인솔하면서 느꼈어요. 저녁 식사 후 복숭아를 나눠줬는데 손에 들고는 양치해서 못 먹는다는 아이, 먹고 나서는 두 손을 들고 혼자 해결할 줄 모르고 물티슈를 달라는 아이를 보고 놀랐죠. 저와 두 살 차이밖에 안 나는데 아이들이 많이 어려졌어요.
요즘 청소년의 성향이 달라진 이유를 무엇이라 보는지.
김나옥 교장 지난 10년 사이 세월호 사건, 학교폭력과 왕따 문제, 아동학대 등 사회적으로 크고 작은 사건을 겪었고, 학생 수도 줄면서 한 명, 한 명이 주목받으며 부모도, 학교도 아이들을 안전보호망 안에 두려는 경향이 강해졌죠. 무엇보다 코로나19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아이의 사회생활이 단절되고 부모님의 보호를 받다 보니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배우고 어울리고 때로 부딪히고 화해하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울 기회와 경험치가 많이 줄었죠.
도전하는 가운데 작은 부딪힘이나 문제를 용기와 의지로 스스로 이겨내고 ‘작지만 내가 해냈어’라는 성취감을 느낄 때 아이 내면의 힘을 키울 수 있는데 어른들이 나서서 해결해주니 아이들은 마냥 기다리게 되죠. 공교육 현장에서는 물론 왕따 문제도 있지만, 친구가 괴롭힐 마음도 없는데 스스로 ‘왕따가 되었다, 피해를 입었다’고 하는 아이가 늘어난다며 걱정하더군요.
새 학기 시작을 제주 15일간 기숙캠프로 하는 건 어떤 의미일지.
김나옥 교장 벤자민학교는 모범생이 아니라 모험생을 키우는 학교입니다. 모험성이 되어 도전하면서 그 가치를 찾는 곳이라 제주 캠프는 아이들 안에 있는 ‘모험생 유전인자를 깨우는 캠프’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3월 제주 캠프에서 공교육 학생 모드에서 갭이어 학생 모드로, 수동적 모드에서 능동적 모드로 전환하고 내 몸과 마음을 적응시키며 새로운 도전을 할 준비를 하게 됩니다. 선배들의 경험도 듣고 멘토님이나 선생님으로부터 컨설팅을 받아 가며 스스로 계획하는 힘과 도와주는 힘이 함께 모여 준비되어 출발하기 때문에 훨씬 성장 속도가 빠를 겁니다.
오소민 팀장 제주 캠프가 쇼트트랙 계주에서 다음 주자의 엉덩이를 밀어주듯 힘차게 출발할 동력이 될 겁니다. 본래 벤자민학교는 출발 시기 자체를 학생 스스로 결정하고 찾아 나오도록 기다려주는 기간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두었어요.
8년 전 제가 다닐 때도 갭이어에서 하고 싶은 게 많은 친구는 일찍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출발했고, 어떤 친구는 늦게 출발했는데 결국 등 떠밀려서가 아니라 자신이 선택해서 출발했기 때문에 속도는 무척 빨랐고요. 지금은 아이들의 변화에 학교도 변화를 반영한 것이죠.
김채영 공교육의 틀에서 시간표대로 달려온 아이들이 쉬고 놀고 싶은 마음에 학기 초에 자유롭게 시간이 주어지니 좋아합니다. 그러다 문득 공교육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보다 뒤처진다는 마음에 불안해서 갈팡질팡하죠. 부모님들은 기다리면서 매우 답답하시구요. (하하)
저도 친구들이 전부 학교를 다니니 중간고사, 기말고사면 연락이 안 되고, 친한 친구는 예전처럼 문구점 쇼핑을 하자고 하는데 ‘난 그게 필요하지 않아’라고 몇 번 정중히 거절하다 나중에는 벌컥 화를 낸 적이 있어요. 돌아보니 질투였더라고요. 그동안 학업 말고 성취감을 느낄 기회가 없었으니까요. 물론 제 벤자민 프로젝트를 시작하니 그런 건 아무 장애도 아니였어요. 후배들도 제주 캠프가 큰 계기가 되어 성장거나 작은 씨앗이 되어 나중에 꽃피울 수 있을 겁니다.
제주 캠프를 14박 15일로 한 이유가 있는지.
김나옥 뇌과학에서는 ‘21일의 법칙’이란 게 있죠. 어떤 일이든 3주간 꾸준히 하면 뇌에 그 행동을 강화하는 시냅스가 형성된다는 것인데 좋은 습관을 만들기에 매우 좋죠. 익숙한 환경인 부모님 곁을 떠나 제주라는 공간에서 15일간 생활하면서 자신의 꿈에 도전할 준비와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인데 이건 오히려 쉬울 수 있습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체득한 습관과 동력을 1주일간 실행하면서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게 되는 것이죠.
제주 보름 캠프에서는 학생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경험을 하게 되나요?
오소민 팀장 내년 신입생들은 처음부터 제주의 대자연 속 힐링과 함께 자신을 와칭할 수 있는 환경에서 스스로 시간표를 정하고 건강한 생활 습관을 키우며 새로운 친구들과 해보지 않던 활동에 참여해보면서 뇌가 크게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재입학하는 학생도 있어 충분히 교류하고 협력하며 배려해 줄 겁니다.
물론 자유롭게 자신이 구상한 대로 보내는 경험도 하죠. 성장한 것을 밖에 나가 확인하는 시간이 되기도 하고, 단기적인 프로젝트라면 제주에서 계획해서 직접 멘토와 연결해 멘토링을 받거나 실행해서 체험도 할 수 있겠죠. 장기 프로젝트를 설계하는 동력도 얻고요. 캠프 중 교사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속도에 맞춰 상담과 케어를 맡습니다.
김채영 내년 입학할 후배들은 많은 사람의 버킷리스트인 제주 살기로 출발하면서 충분히 준비할 수 있겠네요. 선배들 멘토링도 받고 나 스스로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구나 경험도 하고요. 좀 부럽네요.(하하) 전 짧았지만 스타트 캠프에서 정한 미션으로 매일 아침 10시 3km를 걷고 인증사진 21일 프로젝트를 했어요. 규칙적인 생활 패턴이 생기고 사소한 것부터 성공하는 경험이 되었죠.
김나옥 교장 무엇보다 요즘 학생들이 체력이 워낙 약해 뭔가 하고 싶어도 의지대로 꾸준히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주 스타트 캠프를 통해 턱걸이와 같은 다양한 브레인스포츠로 자기 몸을 쓰는 감각, 뇌를 깨우는 감각을 익힐 겁니다. 정말 안될 것 같은 것을 해내는 순간 느낀 성취감은 곧 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될 겁니다.
첫 제주 캠프 외에도 매월 울릉도?독도 탐방 등 여러 주제로 여행 캠프가 진행되는데.
오소민 팀장 그동안 매월 초 1박 2일간 지역학습관별로 소규모 워크숍을 하는 중요한 교육과정이 있었는데 전국 단위로 모든 학생이 함께 모여서 매월 첫 주에 3박 4일간 진행하는 ‘브레인 워크숍’으로 확장된 겁니다. 그동안 각자 또는 팀별로 프로젝트를 한 과정과 성과를 자체점검하며 어려움도 공유하고 해결하고 멘토링도 받으며 뇌교육 수업을 했죠.
김나옥 교장 뇌과학자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의 말대로 여행 자체가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경험과 만남, 교류로 뇌를 확장 시켜주는 측면이 있죠. 여행과 아이들의 프로젝트, 배움의 과정이 하나로 연결되어 연중 지속되는 형태입니다.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죠. (2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