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갭이어형 벤자민인성영재학교, 2025학년도 새로운 출발 [2편]
숙제와 시험, 건물과 교과수업, 교과목 선생님이 없는 5無학교라 때로는 ‘외계에서 온 학교’, ‘혁신 교육의 끝판왕’으로까지 알려진 1년간의 프로젝트형 대안고등학교 벤자민인성영재학교. 2025학년도 학기 초 제주 보름살기 캠프로 출발해 하반기 해외에서도 캠프가 열린다.
10월과 11월 일본과 뉴질랜드에서도 캠프가 열린다고.
오소민 팀장 글로벌리더십 과정으로 10월에 일본 지구시민캠프가 2박 3일, 11월 뉴질랜드 지구시민 캠프가 14박 15일 진행됩니다. 전에는 매년 10월경 9박 10일 일정으로 제주와 뉴질랜드 캠프 중 선택했는데 기간은 늘어나고, 제주 캠프는 학기 초 준비 과정으로 바뀌었습니다.
김채영 저는 10월 제주 지구시민 캠프를 선택했는데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는 시기입니다. 그동안 열심히 자기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자신만의 성공 경험을 쌓고 크고 작은 성취를 이뤄내며 실패를 통해서도 성장한 친구들의 당당한 발표를 들으면 다른 친구들이 큰 자극을 받아요. 어영부영하던 친구들도 힘차게 자신의 벤자민 프로젝트를 잘 하고자 집중하고요.
김나옥 교장 일본과 뉴질랜드 캠프의 취지대로 실질적인 체험을 통해 글로벌리더십을 키우는 캠프입니다.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로운 환경 속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새로운 질문을 해야 하기 때문에 뇌과학적으로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납니다.
15일로 기간이 늘어나면서 글로벌 리더로서 현지 사람들과 만나고 멘토와 함께하고 현지 학생들과 교류하고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게 되었죠. 변화를 통해서 학생들이 성장하는 폭이나 깊이, 경험의 범위가 굉장히 넓어졌다고 할 수 있죠.
특별히 해외캠프로 일본, 뉴질랜드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지.
김나옥 교장 먼저 일본에는 한국 벤자민학교를 롤모델로 하여 2016년에 설립된 일본벤자민인성영재학교가 있습니다. 설립 초기부터 매년 일본 현지 선생님과 학생들이 우리 학생들과 항상 교류해 온 파트너죠.
한일 양국 벤자민학교 학생들이 한일 문화를 교류하기도 하고 화상으로 만나 공동 프로젝트를 하기도 합니다. 벤자민학교가 지구시민 리더를 양성하는 학교다 보니 지구 환경을 위해 각자 활동하고 캠프에서 만나 소통하기도 합니다. 그 안에서 아이들 성장의 폭이 대단합니다. 지난해에는 우리 학생들이 일본 지역축제에 출전해 상도 받았죠.
뉴질랜드에는 뉴질랜드 지구시민연합이 있어 벤자민학교와 MOU를 체결하여 서로 지원합니다. 현지 멘토도 있고 현지에서 마오리 학교 학생들과 교류를 하면서 서로에게 좋은 성장의 파트너가 되고 있죠. 마오리 학생들과 지구시민 프로젝트를 하는 과정에서 뉴질랜드 청정 대자연과 만나 그 속에서 명상하고 대한민국을 넘어 지구시민, 글로벌 리더로서 자신의 진로, 역할을 생각하고 계획하는데 아주 좋은 캠프죠. 오랫동안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해외 캠프를 다녀온 벤자민학교 학생으로서 경험을 부탁드립니다.
오소민 팀장 한국에서 번지 점프도 하고 여행도 했지만, 해외에 나가서는 하루하루가 달랐어요. 뭘 크게 하지 않아도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죠. 제가 좀 소심했는데 ‘이 정도면 자신감 있고 성장한 것 같다’고 하다가 막상 낯선 환경에 가니까 제가 몰랐던 모습이 나오더군요. 뇌가 확장되면서 스스로 어떤 모습을 보이든지 그냥 나를 자유롭게 두자고 마음 먹었죠.
전 재학 시절 미국 세도나 지구시민 캠프를 10박 11일 과정으로 다녀왔어요. 인상 깊은 건 프로그램 중 마고대장정이라고 손전등 하나만 들고 혼자 야간 트레킹을 하는 과정이 있었어요. 선생님께서 “너랑 홀로 마주하는 첫 시간 일거야. 소중한 시간이니 혼자 다녀와 봐”라고 권하셔서 삼삼오오 모여 가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전 혼자 갔어요.
항상 가족이 있고 함께하는 누가 있어서 지켜주었는데 문득 ‘인생을 나 혼자 뚜벅뚜벅 걸어가는 거구나’하며 엄청난 외로움이 밀려와 마음이 울렁울렁했어요. 쏟아지는 듯한 별들을 봤다가 ‘이게 나 자신과 소통하는 느낌이구나’라는 것을 알게 된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무엇보다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 있던 게 가장 큰 성장이었어요. 남들에게 잘 보이려 제 감정을 숨기거나 했는데 외부로 향했던 시선을 거두고 제 내면에 집중할 수 있게 되니까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뭔가 확연히 달라져 있더라고요.
김채영 저는 뉴질랜드 지구시민캠프를 9박 10일간 다녀왔어요. 그때가 갭이어 기간 중 슬럼프 시기였어요. 그해 여름 국토대장정 단장을 맡았는데, 해냈다는 성취감도 있었지만 책임감과 부담감이 엄청났거든요. 학교 10주년 그랜드 페스티벌할 때 무대에서 국토대장정 단장을 맡았다고 발표하고 나서 응원도 많이 받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져 많이 의식했어요.
뉴질랜드에서는 한국에서 경험할 수 없던 것들을 체험했죠. 기억에 강하게 남은 건 광활하게 펼쳐진 자연 속에 서서 “나는 할 수 있다. 나를 사랑한다”고 자기 선언을 했을 때는 스스로 ‘난 할 수 있고 결국 해내는 사람이야’라는 게 자연스럽게 설득되었어요. 그리고 자연 속에서 명상했을 때였어요. ‘지금은 120세 시대라 나는 100년을 더 살 텐데 사는 동안 나를 사랑해 줄 사람은 많고 앞으로도 많겠지만, 결국 남는 건 나 하나겠구나’라는 자각을 했어요. 말로 표현할 순 없는데 자연과 일체화되는 느낌이었어요. 그러고 나니 제가 느낀 슬럼프나 이런 것이 별 게 아니더군요. 잘 극복했죠.
환상적인 경험은 숙소 문을 열면 폭포가 보이고, 한국에서는 못 보던 수많은 별이 반짝이고 폭포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반딧불이가 모여 있는 모습도 보았죠. 또 현지 학생들에게는 그냥 숲일지 모르지만 뭔가 느낌이 다르고 나무도 훨씬 크더군요. 3천 년, 5천 년 된 나무도 있었습니다.
학기 초 제주 보름캠프, 매월 여행 캠프, 해외캠프까지 운영하려면 많은 어려움이 있을 텐데.
김나옥 교장 예. 맞습니다. 실질적으로 중앙과 지역학습관 선생님들의 고충이 2~3배 늘어납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을 돌보고 챙길 수 있도록 한다고 해도 분명히 세세히 돌봐야 하죠. 게다가 벤자민학교 선생님은 인솔자가 아니라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속도에 맞춰가며 필요할 때 지원하고 때로는 지켜봐 주고, 멘토를 연결하는 서포터로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더욱 어려움이 많을 것입니다.
그래서 2025학년도 개편을 준비하면서 선생님들에게 “정말 자신 있느냐? 힘든 걸 감수할 수 있느냐?”고 몇 번씩 묻고 확인했어요. 하지만 선생님들이 열정과 영혼을 불태워 아이들의 성장을 이끌어가겠다고 하셨습니다. 정말 감사하죠.
이외에도 2025학년도 개편에서 중요한 부문이 있는지
오소민 팀장 12월에 하는 벤자민 프로젝트 스피치 대회인 ‘벤바세(벤자민이 바꾸는 세상)’ 3박 4일 캠프가 있습니다. 학생들은 무작정 도전만 하기보다 내가 얼마나 바뀌었고 성장했는지, 그 도전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돌아보는 왓칭이 필요합니다. 스피치 대회를 준비하면서 내 성장을 정리해보고 그걸 토대로 발표하면서 또 한층 성장합니다. (3편 계속)